과거엔 일본에 수출했지만, 지금은 우리가 수입해 먹는다?!

겨울이면 SNS를 뜨겁게 달구는 생선이 있습니다.
바로 방어회입니다. 특히 10kg 이상 되는 ‘대방어’는
그 기름진 풍미와 쫀득한 식감으로
한국인의 겨울 최애 수산물로 자리 잡았죠. 🐟
서울 연남동, 성수동, 부산 자갈치 시장, 제주도 방어 축제까지…
지금은 전국 어디서든 겨울 방어 맛집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원래부터 방어가 이렇게 인기 있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한때는 한국에서 잡히는 방어 대부분이 일본으로 수출됐던 시절도 있었죠.
이렇게 ‘반전의 역사’를 가진 방어,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함께 살펴볼까요?
🎣 방어는 원래 ‘한국산’이었다?
방어는 조선 시대부터 한국 동해안과 남해안에서 많이 잡혔던 생선입니다.
실제로 ‘함경도’, ‘강원도’, ‘경상도’ 등지의 실록 기록에서도 방어가 자주 등장하죠.
울산에는 ‘방어진’이라는 지명까지 있을 정도니까요.
그런데 정작 한국인들은 방어를 즐겨 먹지 않았습니다.
왜일까요?
- 여름철 방어 위주로 소비 → 기름기 적고 맛이 떨어짐
- 보관 어려움 → 염장도 힘들고 크기도 커서 유통 난이도 ↑
- 숙성회 문화 부족 → 선어보다 활어회를 선호하는 식문화 때문
이런 이유로 1980년대까지만 해도 방어는 국내 소비보다 수출용이었습니다.
특히 일본은 방어를 참치와 함께 고급 어종으로 여겨 왔기 때문에
한국에서 치어를 일본으로 수출하기도 했습니다.
🐟 양식의 시작도 방어였다?
한국에서 가장 먼저 양식된 생선이 ‘광어’라고 생각하셨다면 오산!
1960년대 후반, 여수 국립수산진흥원에서 방어 양식이 먼저 시도됐습니다.
광어 양식이 본격화된 건 1986년 이후니까,
방어 양식이 거의 20년 가까이 앞선 셈이죠.
하지만 문제는 겨울의 차가운 바닷물.
방어는 수온에 민감해 겨울 양식이 힘들었고,
결국 완전한 상업화는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이 시기의 방어 양식은
자연산 가격 안정화와 어획량 증가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 방어가 뜨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일까?
방어가 본격적으로 대중적 인기를 얻게 된 건
생각보다 최근입니다.
- 2000년대 초반: 참치 유행 → 선어에 대한 인식 변화
- 2009년 이후: 제주도 관광 급증 → 겨울 방어 맛집 경험 확산
- 2012년: TV 프로그램 ‘식신로드’에서 방어 전문점 소개
- 2010년대 중반 이후: SNS·블로그 후기 폭발 + 연예인 예능 추천
이 시점부터 ‘겨울 방어회 시즌’이라는 말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겨울 음식 하면 방어! 라는 공식이 자리를 잡았죠.
🍣 연어와 방어, 붉은 살 생선의 인기
연어와 방어는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쫀득한 식감, 높은 지방 함량, 붉은 살 생선이라는 특징이죠.
2010년대 들어 연어회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흰 살 생선 = 고급’이라는 인식이 깨지기 시작했습니다.
젊은 소비자들이 연어에 익숙해지면서
방어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받게 된 것입니다.
지금은 연어 못지않게 방어회도 SNS 인기템이 되었고,
심지어 겨울에는 연어보다 방어를 더 선호하는 트렌드도 생겨났습니다.
🇯🇵 수출하던 방어를 이제 수입하는 시대?
가장 흥미로운 점은,
예전엔 우리가 방어를 일본에 수출했지만
지금은 일본산 방어를 한국이 수입해 소비하는 일도 많아졌다는 것.
수요가 공급을 앞서기 시작한 거죠.
그만큼 방어는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겨울 대표 수산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방어는 시대를 타고 다시 돌아온 생선
한때는 값싼 생선이었고,
치어로 일본에 보내지던 한국산 방어.
하지만 이제는 겨울이면 줄 서서 먹는 고급 생선이 되었습니다.
과거의 ‘덤 생선’이
이제는 ‘SNS 인증 필수 메뉴’가 된 것.
참 놀라운 변화 아닐까요?
올해 겨울도 방어회가 당기신다면,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을 함께 먹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